배순선 김포시 여성상담센터 센터장
김포시 여성상담센터 활동가들. 왼쪽부터 박영미 홍보팀장, 배순선 센터장, 오경은 사무국장, 김명희 교육팀장
대검찰청이 해마다 내는 <범죄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폭력 범죄는 10년째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성폭력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근절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10~20대.
수사기관의 보고서에 의하면 성폭력범의 경우 현행범으로 잡혀 처벌되는 경우는 19.0%에 불과하고 대부분 피해자의 신고나 고소, 고발로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암수범죄'(실제로는 발생했으나 신고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범죄)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 신고율이 낮기 때문.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조사대상자 중 1.1%만이 경찰에 직접 신고하고 있다. 피해자가 오히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고,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은 어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직접 고소 고발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듯 고통받는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친구가 되기 위한 곳이 있다. 지난 2016년 9월 양촌읍사무소 앞 시장골목 허름한 건물 4층에 문을 연 김포시여성상담센터(센터장 배순선)가 그 곳.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현실에 마음 아파하던 배순선 센터장은 성폭력 피해여성 돕기에 뛰어들었다. 일찍이 여성인권문제에 천착했던 배 센터장은 김포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하루하루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여성상담센터를 개소하고 센터를 찾은 피해자들과 가슴 아픈 사연을 함께 나누며 함께 분노하고 함께 울어주고 있다.
"성폭력에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얼굴을 들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피해여성들이 당당하게 힘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이곳입니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엄한 처벌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왜냐하면 피해자들은 당황한 마음에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조력을 받을 곳도 없어 대처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여성들이 의지할 수 있는 울타리 역할이 우리 상담센터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당황한 마음에 어찌할 지 모르고 있는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금전보상 제의에 그냥 응하며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배 센터장과 센터 상담원들은 피해여성들의 상처를 보듬고 병원과 경찰서 신고 동행, 가해자 처벌, 피해자의 추후 정신피해 치유까지 함께 하고 있다.
"한번은 피해를 당했지만 충격으로 피해상황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센터에 왔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니 성폭력을 당한 흔적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왔습니다. 피해자는 발작까지 하며 정신분열 증상까지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피해자와 상담하면서 안심시키고 꾸준히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교감이 이뤄지면서 피해자는 발작도 멈추게 돼 학교에도 정상적으로 다니게 됐지만 아직도 기억이 되돌아오지 않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일단은 살아야 하니 상담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김포시 여성상담센터를 찾은 피해여성은 519명에 달한다. 연령대 또한 14살 어린소녀부터 50대 주부까지 다양하다.
상담센터를 찾아 온 피해자들과 상담을 통해 일단 안정을 시키고 수사기관에 신고할지 여부를 파악, 신고하기로 결정되면 경찰서에 동행해 진술을 돕고 친족간에 발생한 성폭력의 경우 쉼터에 연결해 가해자와의 격리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얼마 전 김포 관내 중학교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입니다. 가해자에 대해 중징계가 내려져 그런대로 만족할 만 수준으로 결론내려졌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우선 가해자와 피해자가 격리되지 않아 피해자가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리 센터는 처음부터 피해자와 함께 하며 공동대책위원회도 구성했고 김포교육청장에 이어 경기도 교육청장과의 면담을 통해 강력하게 재발방지와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다같이 함께 힘을 모으면 좀 더 나은 세상을 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김포시 여성상담센터는 단순히 가해자의 처벌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피해자에게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상처가 남는 법. 피해자의 치유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방도 중요하게 여긴다. 원치 않는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비하는 자세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과거입니다. 이제는 살아 남아야 합니다. 피해자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치유와 회복까지 책임지려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과 꾸준히 만남을 통해 소통하고 피해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민화그리기, 성문화센터 현장 방문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혼자가 아니라 주위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기 전인 19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아존중 프로그램인 예비사회자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인으로 막 발을 디딘 여성들이 이 교육을 통해 자기 결정권을 찾고 원치 않는 성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필요해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배순선 센터장이 여성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을 터.
"우리 센터에는 센터장 1명과 상담원 3명이 상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와 운영비 등 김포시청에서의 지원이 한 푼 없이 개인 후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시도의원들을 만나 뵙고 상황을 설명드리고 있어 처음보다는 많이들 센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계십니다. 선출직 정치인들이 피해여성들의 치유와 회복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원봉사 하시는 상담원분들께 개인적으로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여성 문제 중에서도 성폭력에 피해를 입은 여성들 인권에 공감하고 이들 피해자들의 친구로 남은 배순선 센터장. 배 센터장의 소박한 꿈은 상담원들에게 교통비나마 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
"선생님이 곁에 안계셨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선생님이 함께 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라는 피해여성의 말 한마디에 감동받는 배순선 센터장이다.
김포시여성상담센터에 후원하기 위해서는 후원금 계좌를 개설해 매달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된다.
후원금 계좌 : 농협 351-0909-5203-03 예금주 = 김포여성상담센터 전화 : 031)984-1367 <저작권자 ⓒ 더김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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