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토끼의 해도 어느덧 두 번째 달이 지났다. 개구리가 나오고 봄기운이 퍼진다는 경칩도 이미 지난지 오래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육당 최남선이 ‘조선의 상식’에서 말한 것처럼 삼한사온(三寒四溫) 덕에 겨울을 지내기가 수월했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은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추위, 백년 만에 맞이한 폭설까지 가뜩이나 힘들었던 서민들에게 유난히도 견디기 어려웠다. 한반도의 겨울이 한껏 심술을 부린 것 같다. 한 계절 동안에 인간에게 이렇게나 많은 고통을 줄 수 있는가 싶을 정도다. 그래서 지난겨울은 정말 아름답지 않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세계인들이 부러워했던 춘·하·추·동이 뚜렷한 나라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탓에 더위와 추위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며 우리에게 기쁨마저 주었던 봄과 가을은 그 기간이 매우 짧아졌다. 아니 없어졌다고 해도 그리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만약 이런 변화가 지속된다면 어쩌면 우리 계절의 기후적 특성이 여름과 겨울로만 양분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사회는 균형 속에서 자유롭게 변화해 간다. 사계절 나름대로 그 특성과 신비감을 뽐내지만 여름이 지나고 곧바로 겨울이 와서는 안 될 일이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순리요 이치인 것이다. 하얀 목련을 만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 지난겨울 우리는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폭풍으로 대한민국의 소, 돼지와 닭들이 유례없었던 참극을 맞았다. 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초까지 전국에서 살 처분 된 뒤 매몰된 숫자가 자그만치 857만5천900여 마리나 된다고 한다. 여기에 날씨가 풀리면서 악취는 물론이고 피와 썩은 부패 물질로 각 지역의 지하수나 하천 및 토양의 오염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가축을 매몰할 때는 수질오염이 예상되는 하천 저수지 인근이나 가옥 등 주거 지역에 인접한 장소나 경사지 등은 피해야 하나 이와 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아 매몰지 가운데 침출수가 발생할 수 있는 비상지역이 23곳에 이른다는 환경부의 보고가 있었다. 또한 가축의 핏물이나 썩은 물이 땅에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톱밥이나 석회를 뿌리거나 부직포를 깔아야 하나 구제역과 AI 발생 후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짧은 시간에 매몰하다 보니 이런 원칙이 지켜질리 만무하다. 더구나 원칙을 지켜도 생매장된 가축이 삶을 위해 심하게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바닥에 깔린 비닐을 훼손할 경우, 산비탈이나 배수로 등에 파묻어 빗물에 유실 또는 붕괴되는 경우 침출수가 주변으로 확산되어 심한 환경오염이 예상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여기에 구제역 후폭풍은 더욱 매섭다. 80일 가까이 몰아치고 있는 대재앙이 급기야 국민들의 먹거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쇠고기·돼지고기 값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가격까지 치솟고 있는 것이다. 서민 생활이 한층 더 고달파졌다.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며 마음속에 남아있는 겨울은 하루빨리 가버리고 꾸물대고 있는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계절로서 봄 같은 봄이 아니라 서민들이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럽고 화사함이 가득한 봄을 기다려 본다. <저작권자 ⓒ 더김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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