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범식을 준비하면서 제 인삿말을 어떻게 진행할까 고민하던 중 어릴적 불던 하모니카가 생각났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고향을 떠나왔던 어린 소년은 서울생활 적응에 힘겨워 했고 그때마다 옥상에 올라가 남녘을 바라보며 하모니카를 불어댔습니다. 무척이나 수줍어하고 내성적이었던 머리큰 아이는 몇 시간이고 날이 저물 때까지 하모니카를 불다가 옥상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때 단골메뉴로 부르던 노래가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였고 홍난파의 ‘고향의 봄’이었습니다. 고향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어감은 참으로 묘합니다. 그냥 이 말만 읇조려도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저며 오는 것은 우리민족 고유의 보편적 정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향이란 말에 연이어 엄마야 누나야라고 불러보면 그 느낌은 한층 더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강변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또한 어떻습니까. 전국 고향산천 곳곳마다 흘러내리는 강가에서 엄마와 누나의 따뜻한 품을 그려보면 섬집아기 노랫말처럼 우리는 어느새 단잠에 젖곤 합니다. 그렇습니다. 고향, 엄마, 누나, 강변은 우리 삶의 본향을 나타내는 동의어인 것입니다. 김포의 한강하구. 봉하마을의 화포천, 제가 어릴적 꿈을 실었던 부안의 동진강변, 전국 그 어디할 것없이 마을을 흘러내리는 실개천을 따라가 보면 강변이 펼쳐지고 갈잎의 노래가 들려오는 곳, 바로 이곳이 한반도인 것입니다. 여기에 계신 분들의 어릴적 추억을 생각하노라면 강변은 엄마의 품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향이라는 두 글자가 우리가슴속을 울리는 한 우리는 삶의 희망을 저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고향이 우리주변에서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멀어져갈 뿐만 아니라 아예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한번 서울로 가면 아예 돌아가지 않는 곳, 기억속에서 영원히 잊혀지는 곳이 어느새 고향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마도 국어사전에서 고향이라는 단어가 머지않아 사라져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까지 올랐음에도 퇴임 후 서울생활을 마다하고 고향으로 내려간 바보같은 사내가 있었습니다. 지방 분권,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딱딱한 말을 안꺼내더라도 고향을 살리는게 자신의 필생 마무리 과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귀향을 단행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화포천변을 자전거로 누비고 부엉이 바위와 사자바위를 오르내리고 장군차를 재배하고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짓던 이 사내로 인해 우리는 고향이라는 단어의 사회정치적 의미를 재조명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봉하마을로 그를 만나기 위해 내려갔습니다. 함께 웃고 박수치며 고향을 노래했습니다. 언제든 봉하마을로 내려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삶의 힘겨움과 고단함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9년 5월 23일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슬퍼하거나 원망하지 말라’며 부엉이 바위에서 자신을 내던졌고 우리는 피눈물을 쏟으며 안타까워하고 분노했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바보 노무현! 그를 따르고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가 정치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이제는 정치를 해야겠다고 정당을 만들고 당비를 내가며 노랑색 깃발아래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민주권, 깨어있는 시민, 조직된 힘의 최종 결정판은 참여정치이고 정당건설일 수 밖에 없다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자랑스러워 하기에 이름 역시 ‘국민참여당’이라 지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계파, 보스, 금권정치를 거부하고 당원이 주인되는 상향식 참여민주 정당을 건설하자는 꿈, 명망가에 의존하지 않고 당원들의 자발적 힘으로 백년가는 정당을 만들자는 꿈을 말할 때 어떤 사람들은 비웃었습니다. 이상에 치우친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남녘에서 과연 우리 세대에 지역주의 청산이 이뤄지겠느냐고 냉소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당원들의 당비만으로 과연 정당을 건설하고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민주주의의 변방이라고 불리며 정치 허무주의에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김포지역 사회에서 국민참여당 건설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며 무모한 짓 그만하고 제1 야당으로 힘을 모으는게 낫다고 진지하게 조언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오늘 이 자리에서 확인하는 뜨거운 열기가 앞에서 말하는 모든 분들의 우려를 한방에 불식시켜버리는 산 증거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샘이 깊은 물은 마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눈앞의 현실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에게는 김포의 뿌리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을 보지 못합니다. 2002년 개혁당, 노사모 활동, 2006년 5.31 지방선거 열린 우리당 시의원 배출, 2008년 9차례에 걸친 광우병 규탄 촛불집회, 2009년 김포 시민광장 출범및 미디어법 규탄 1인 시위전개, 그리고 마침내 오늘 이 자리 국민 참여당 김포지역 위원회 출범식으로 이어지는 도도한 흐름은 한강의 넘실거리는 물결이 되어 희망의 배를 띄우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습니까 많은 분들이 민주세력의 분열을 우려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대로만은 안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시민들의 걱정과 안타까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향후 지방선거에 지혜롭게 대처할 것입니다.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민주세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온갖 열정을 쏟아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이 상식과 원칙입니다. 상식과 원칙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무차별적인 연대론에 구걸하듯 매달리지는 않겠습니다. 다가오는 6.2 지방선거는 연대, 연합론을 중심으로 우리의 지혜와 역량을 시험하는 가늠자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6.2 지방선거에서 안좋은 결과가 나오면 마치 지구의 종말이라도 오는양 과도한 허무주의 의견을 우리는 경계합니다. 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겸허히 수용하면서 다시 2012년 총선, 대선을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반한나라당 연합에 동의합니다. 그 과정에서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어젖히고 모든 것을 함께 논의할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어느 누구하나의 일방적 독점 상태를 지양하면서 서로가 승리할 수 있는, 나아가서는 시민의 승리로 전화할 수 있는 윈윈 해법을 찾기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것입니다. 김포 시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김포의 역사를 새로 쓰기위한 희망찬 대장정에 나섭니다. 우리의 가는 길에 시민 여러분들이 보내주시는 쓴소리와 채찍을 저희는 달게 받겠습니다. 김포사회의 정치문화 역사를 새로쓰는 역사의 대장정에 시민여러분들의 참여와 성원을 당부드립니다. 특정 정당, 특정인이 독식하는 지역사회 정치구조를 갈아엎고 김포 지역사회에 희망정치의 씨앗을 뿌리는 정치의병의 길을 갈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고 시민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자랑스런 민주 대장정의 역사에 시민여러분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김포시민 여러분...감사합니다. 2010년 2월 20일 국민참여당 김포시 지역위원장 정왕룡 드림. <저작권자 ⓒ 더김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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