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은 제 각각의 운명(運命)이 있습니다. 흔히들 말 합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제 아무리 똑똑해도 실수가 있고, 제 아무리 건강해도 질병이 찾아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불청객을 어떻게 맞이하고,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옛 날에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죽음의 그림자는 더 빨리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세상사람 그 누구도 죽음과 싸워서 이기는 자는 없습니다. 언제, 어떻게 죽느냐가 관건입니다. 일찍이 천하를 주무르던 고관대신들도 어느 날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 인생입니다. 다만 그의 죽음이 어떻게 찾아오며 그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인류와 조국, 그리고 자기국민과 가족들 앞에서 얼마나 값있는 일을 했고, 자기가 소속되어 있었던 조직에 얼마나 희생과 봉사를 하였느냐가 값있는 인생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시대 최고 지식인중의 한 사람인 복거일씨가 금년에 68세인데 암과 투병하면서 병원에 입원 하지 않고 집에서 글만 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를 주장하던 이시대의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1991년에 3권까지 낸 과학소설 “ 역사속의 나그네”를 쓰고 암과 싸우면서도 후편 3권을 다 써서 출판사로 넘겼고, 우연인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과 같은 유형의 자서전적 소설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를 계속 쓰면서 암과 싸우고 있답니다. 참으로 대단한 용기(勇氣)입니다. 복거일씨는 자신의 신념과 할 일이 많이 남아서 병원에 못가는 것이니 일반인들은 병원에 가시라고 권고하십니다. 자신은 글을 쓰는 소설가이니 소설가가 소설을 안 쓰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젠 소설을 더 쓸 기력도 없다. 단숨에 써낼 수 있는 글들만 쓸 수밖에 없다. 그래도 기력이 다 할 때 까지 쓰긴 쓸 것이다. 그것이 삶의 본질에 맞게 삶을 마감하는 길이니, 용기가 아니라면 오기로 버티면서, 깃발 휘날리며, 진격하다 죽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본인도 이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는 마음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저작권자 ⓒ 더김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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