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김포

기자의 눈

강주완기자 | 기사입력 2008/12/15 [00:00]

기자의 눈

강주완기자 | 입력 : 2008/12/15 [00:00]
“자신의 모든 걸 주고 간 한 노인의 마음만은 가슴속에 남겨야”며칠 전 한국전쟁 때 혈혈단신이 되어 평생 홀로 살아온 가난한 노인이 장기기증과 자신의 전 재산인 집세 보증금 3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유서를 쓴 뒤 세상을 떠난 기사를 읽고 가슴이 뭉클해지며 복받쳐오는 감정을 참느라 한참동안 애를 써야만 했다. 더욱 가슴을 슬프게 한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놓고 “이 세상을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어 한 많은 세상을 떠난다”는 유서만을 남긴 채 스스로 목은 매, 싸늘하게 식은 주검만이 발견 됐다는 내용이었다. 늙고 외로운 육신을 오랫동안 몸을 의지해오던 자신의 옥탑 방에서 힘들고도 지친 한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한 노인의 죽음은 날로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이기주의에 사로 잡혀 오직 나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 주었다. 젊은 시절 서울의 한 유명대학을 중퇴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어 꽤 많은 돈을 벌었던 노인은 20여 년 전 연대보증을 잘못 섰다가 전 재산을 날리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홀로 살다 북녘에서 살고 있는 형님이 사망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크게 낙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실에 노인이 보낸 한 장의 편지와 장기기증 등록증이 도착해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으나 안타깝게도 고인의 마지막 소원인 장기기증은, 시신이 발견된 것이 기능 가능한 사후 6시간을 넘겨 이루어지지 못했다. 더욱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한 것은 숨지기 전까지도 고인은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주는 월34만8000원과 노령연금 8만 4000원으로 생활을 해 왔으나 월세 20만원을 내고 빠듯한 형편에 장기기증을 한 2005년부터 장기기증본부에 매달 후원금 5000원도 빠짐없이 꼬바꼬박 보냈다는 것이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워 모두들 힘들어 하는 세상에 매달 5000원씩 내는 후원금을 빠짐없이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고인의 확고한 주위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걱정했던 점잖은 할아버지로 영원히 기억될 고인의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만 더욱 깊어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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