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김포

김두관 단상(斷想)

이상엽 기자 | 기사입력 2020/02/08 [16:26]

김두관 단상(斷想)

이상엽 기자 | 입력 : 2020/02/08 [16:26]
이상엽 편집국장
이상엽 편집국장

 

조강지처(糟糠之妻).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때, 즉 어렵고 힘든 시절을 함께 겪은 아내라는 뜻이다.

 

최근 김포갑 지역구에서 경남 양산을에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의원의 정치행보를 보면서 조강지처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바람난 남편을 보는 씁쓸함을 느끼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불과 한달전 김포본동과 장기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정보고회에서 김포는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고 힘들 때 아무 연고도 없는 나를 따뜻하게 품어준 곳이라며 중앙당의 거듭된 차출요청에도 김포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김포에 뼈를 묻겠다라고 거부의사를 밝혔던 그가 결국 고향인 경남으로 내려간 것을 두고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끼는 당원들의 불만도 곳곳에 감지되고 있다.

 

가난한 시골집 아들로 태어나 전문대졸 출신으로 마을 이장, 남해군수에 이어 행정자치부장관, 경남도지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화제성을 뿌렸던 그는 2012년 대권도전을 위해 도지사직을 던지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당권 도전에 실패하며 중앙정치 무대에서 잊혀져갔다.

 

더구나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각을 세우면서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물으면서 친노핵심과 등을 지는,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게 됐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로 홍준표가 당선되면서, 지역기반인 경남에서조차 정계에서 퇴출됐던 홍준표를 살아 돌아오게 한 원흉이라는 냉소적인 비난을 받았던 그에게 20147·30 김포 보궐선거에서의 낙선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7·30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날 아쉬움에 잠을 설치며 복기해보니 김포에 갑자기 출마한 내게 시민들께서 너무나 많은 표를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낙선인사를 시작으로 2년 동안 많은 시민과 소통하며 김포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더니 2년후 국회로 보내주셨다고 회고한 김두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한때 대권까지 꿈꾸던 김두관에게 있어 어쩌면 김포갑이라는 지역구는 전국적인 이목을 끌기에는 좁은 지역일 수 있었을 것이다.

 

친문핵심들에게는 범 비문(非文)으로 분류되어온 김두관에게 있어 당의 거듭된 출마요청도 어쩌면 거절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민주당으로서는 험지(險地)PK지역의 총선을 전체적으로 이끌어 갈 인물로 김두관의 차출이 요청된 것도, 김두관 자신에게는 4·15 총선 승리로 다시한번 대권잠룡으로 부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도의 정치적인 셈법도 작용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어떠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김두관 자신에게 있어 어려운 시절 자신을 품어주었던 김포시민들은 외면받고 말았다는 점이다.

 

김포에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김포의 세 번째 국회의원이 되어 김포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던 김두관 의원은 이후 경남 양산을 출마선언 자리에서는 경남도민에겐 항상 죄인이라고도 했다.

 

20대 총선 당시 철새 정치인이라는 지적에 김포발전을 위해 김포에 살려고 왔다며 표심을 얻었던 그가 결국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김포를 떠나 경남 양산을에서 어떤 선택을 받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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